만족감 실험에서 ‘아슬아슬 게임’으로… 리어카PoC회고

1. 출발점: “리어카에 쌓이는 걸 보는 게 왜 이렇게 좋지?”

내가 처음 만들고 싶었던 건 거창한 게임이 아니었다.
딱 이 정도였다:

  • 플레이어가 광석을 캐서
  • 리어카에 부드럽게, 만족스럽게 깨끗하게 쏴악 쌓이는 걸 보고
  • “이건 내 거다”라는 느낌과
  • 그걸 상점에 팔 때 오는 만족감/소유감이 실제로 생기는지 확인하는 것.

즉, 리어카에 광석이 쌓이는 ‘그 화면’을 봤을 때 사람 머릿속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테스트하려고 했다.
여기에 내가 기대한 감정은 대략 이런 쪽이었다:

  • “이만큼 모았다”라는 축적감
  • 내 리어카가 꽉 차는 걸 보는 소유욕 충족
  • 그냥 가만히 보고 있어도 손이 자꾸 가는, 일종의 장난감 같은 감각

그래서 기본 루프도 아주 심플하게만 넣었다:

  • 광석을 캔다
  • 리어카에 싣는다
  • 상점에 가서 판다

업그레이드도 없고, 긴장감도 없고, 선택 구조도 거의 없었다.
그냥 “계속 반복해서 싣고 팔게 되는가?”를 보는 실험이었다.

여기에는 리어카 자체의 시각·물리적인 재미도 조금 기대했다.
휠 콜라이더에 스프링도 달려 있어서, 화면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장난감 같은 맛을 주길 바랐다.

이 시점의 PoC는,
“이 행동은 분명 단순한데, 이상하게 계속 만지작거리게 되느냐?”
이걸 확인하는 용도였다.


2. 팀 피드백: “이게 게임인 건 알겠는데…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PoC를 팀원들에게 보여줬을 때, 반응은 대충 이런 뉘앙스였다:

  • “이게 게임이냐 / 아니냐” 수준의 단순 부정이라기보다
  • “이걸로 어떤 게임까지 갈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에 가까운 반응

그리고 이어서
“이걸 기반으로 게임을 좀 더 만들어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이걸 “팀원들을 설득하려면, 게임 형태까지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방향이 하나 더 생겼다:

  • (A) 원래 계획: 리어카에 쌓이는 만족감/소유감 PoC
  • (B) 새로 추가된 요구: “이걸로 진짜 게임이 될 수 있냐”를 보여주기

즉, 핵심경험 검증 + 게임으로의 발전 가능성 시연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3. 두 번째 맵 설계: GPT와의 대화, 그리고 “아슬아슬함” 추가

2층 맵디자인

두 번째 맵을 만들 때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 “2층에서는 광석을 더 좋게만 하면 되나?”
  • “1층: 기본 / 2층: 좋은 광석” 정도면 플레이어가 좋아하지 않을까?

이걸 GPT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나온 핵심 의견은 대략 이런 구조였다(회고적 정리):

  • 보상만 좋아지는 구조는 충분히 동기가 안 될 수 있다.
  • 1층과 구조가 거의 같은데 단순히 “좋은 광석만 나온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선택이 아니라 단순 상위 호환 구간이 된다.
  • 대신 보상을 올리려면 난이도도 함께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게 만드는 선택”이 생긴다.

즉, 두 번째 지역은
“더 좋은 보상 + 더 높은 위험”
이라는 조합이 되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이걸 그대로 받아들여, 방향을 이렇게 잡았다:

  1.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 “돈 내고 들어가는 던전”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스스로 판단해서 들어가볼 수 있는 선택지처럼 만들었다.
  2. 대신 2층의 지형은 더 아슬아슬하게 구성한다.
    • 균형 잡기 어려운 길
    • 떨어지면 모든 광석을 잃는 구조
    • 1층보다 훨씬 더 위험하지만,
      그 대신 광석의 가치가 명확히 더 높음

이렇게 하자 플레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완전히 다른 종류의 재미가 만들어졌다.

  • 리어카가 떨어질까 말까 긴장
  • “더 캐고 갈지, 적당히 철수할지” 스스로 판단하는 순간
  • 위험한 구간을 성공적으로 빠져나왔을 때 오는 안도감

이건 처음 PoC에서 노리던
“쌓이는 걸 보며 생기는 소유감/만족감”과는 전혀 성격이 달랐다.
말 그대로 익스트랙션(탈출 기반) 게임에서 느껴지는 긴장 구조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 긴장감이 꽤 재미있어서 나 스스로도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 이 ‘아슬아슬함’은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전체 흐름이 조금 변경되기 시작했다.

  • 초기 리어카 PoC → 반복 행동 + 시각적 만족 + 소유감
  • 새롭게 발견된 재미 → 위험 지형 + 리스크/보상 판단 + 탈출 긴장감

초기 PoC가 제공하던 ‘쌓이는 걸 보는 만족감’ 위에
두 번째 맵에서 발견한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얹히면서
두 감정이 긴밀하게 연결된 복합적 재미가 생겼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내가 처음 실험하려고 했던 핵심감각이
어디까지가 원래 의도이고, 어디부터가 구조적 재미인지
점점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었다.


4. 세 번째 맵: 예전에 만든 ‘빙판길 PoC’를 끌어와 붙였다

두 번째 맵까지도 플레이어는 이미 기본적인 선택 루프를 갖고 있었다.

  • “지금 여기서 내려갈까?”
  • “조금 더 욕심내고 캐고 갈까?”
  • “위험 구간을 지나갈지 말지?”

이 선택 구조는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이고,
두 번째 맵의 “아슬아슬한 위험 요소”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게가 커진 상태였다.

문제는 세 번째 레벨에서
두 번째 맵보다 더 높은 난이도 계층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예전에 만들었던 빙판길 PoC를 가져왔다.

  • 미끄러지는 바닥
  • 제동이 잘 안 걸림
  • 리어카가 흔들리면 그대로 떨어질 위험 증가
  • 같은 선택이라도 훨씬 더 ‘리스크가 크게 느껴지는’ 환경

즉, 선택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기존 선택을 “정말로 고민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강화한 셈이다.


🔍 여기서 동기 체계가 명확해졌다 (Art of Game Design 기준)

Art of Game Design에서는 동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1) 내재적 동기 (Intrinsic Motivation)

행위 자체가 재밌어서 계속 하게 만드는 동기

  • 숙련해가는 감각
  • 어려운 구간을 해냈을 때 오는 만족감
  • 스스로 통제력을 높여가면서 느끼는 재미
  • “이번엔 더 멀리 가보자” 같은 자기 결정

내 게임에서의 적용:

  • 빙판길을 넘어가는 과정 자체가 ‘행위의 재미’가 됨
  • 리어카를 더 안정적으로 다루게 되는 숙련감
  • 떨어질 뻔했는데 버텨냈을 때 오는 자기 만족
  • “여기까지 왔네? 이번엔 더 욕심내볼까?”라는 자가동기

빙판길은 플레이어의 내적 동기 시스템을 직접 자극하는 도전 환경이었다.


2) 외재적 동기 (Extrinsic Motivation)

행위 바깥에서 주어지는 보상 때문에 하게 되는 동기

  • 돈, 점수, 좋은 광석
  • 위험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높은 가치 보상
  • 성공했을 때 돌아오는 외부적 리워드

내 게임에서의 적용:

  • 2층·빙판길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고가치 광석
  • 떨어지면 모든 걸 잃는 구조적 압박
  • 성공적으로 돌아왔을 때 상점에서 받는 큰 보상
  • 위험을 감수할 때마다 성장곡선이 더 빠르게 올라가도록 설계됨

빙판길은 외재적 동기를 강화하는 고위험·고보상 지역의 역할도 했다.


요약하면,

  • 선택 구조는 처음부터 있었고,
  • 세 번째 맵에서 추가된 것은
    • 빙판길이라는 새로운 위험 환경
    • 내재·외재 동기가 더 강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상황적 장치”

이렇게 되면서 플레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 원래 루프:
    쌓이는 만족감 / 소유감 / 반복행동의 편안함
  • 2층에서 추가된 요소:
    아슬아슬한 리스크·보상 판단
  • 3층에서 강화된 요소:
    내재적 도전 + 외재적 보상 → 선택의 진짜 무게감

즉,
초기 루프(만족감) 위에 위험·보상 구조가 붙고,
그 위에 동기 체계가 명확하게 작동하는 난이도가 덧씌워졌다고 볼 수 있다.

이게 내가 의도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PoC로서 실험은 흥미로운 방향으로 굴러갔다.


5. “이미 다른 걸 증명해버렸다”는 자각

이렇게 만들어 놓고 보니,
감정 설문 점수도 높게 나왔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근데 그 다음 생각이 이거였다:

“지금 내가 증명한 건 뭐지?”

조금 차분하게 구조를 재정리해보면:

  • 리어카에 광석이 자연스럽게 쌓이면서
    소유욕과 만족감을 자극하는가?

    → 이건 이미 초기 PoC에서 충분히 검증이 끝난 상태에 가까웠다.
  • 그 이후로 내가 시간을 쓴 건
    → 익스트랙션 구조,
    → 리스크/보상,
    → 빙판길 긴장,
    → 업그레이드 선택,
    → 외재/내재 동기 조합…

즉, 그 뒤에 만든 것들은
솔직히 말해서 “리어카 PoC의 핵심”이라기보다는,
어디에든 이식 가능한 일반적인 게임 디자인 패턴
에 가깝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따라왔다:

“이 정도는 Art of Game Design 한 번 읽고,
GPT랑 몇 번만 대화해도
웬만한 사람은 비슷하게 조립할 수 있지 않나?
그럼 이걸 내가 시간을 많이 써서 할 정도의 ‘나만의 증명’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여기서부터 **“내 PoC가 뭔가 다른 것을 증명해버린 것 같다”**라는 느낌이 생겼다.


6. 코치님들 회진(?): 내가 뭔가를 빨리 눈치챘다고 하셨지만, 정확히 뭘 본 건지는 모호했다

이 시점에 코치님들이 돌아다니면서
각 팀 상황을 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나는 지금까지 정리한 이 혼란을 그냥 그대로 말했다.
딱 이런 구조의 말이었다고 기억된다:

  • 처음에는 리어카에 광석이 쌓이는 만족감을 보여주고 싶었다.
  • 그런데 PoC 점수(특히 감정 설문)를 높이려고
    외재·내재 동기, 선택, 긴장 구조를 위에 얹었다.
  • 이건 어떤 게임에나 붙일 수 있는 구조라
    지금 재미있는 이유가 처음 PoC 핵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교과서적인 게임 설계 때문인지 애매하다.

정확한 대화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코치님 반응은 대략 이런 방향으로 받아들여졌다:

  • “그 혼란 자체를 지금 인지한 게 나쁘지 않다.”
  • “PoC는 원래 게임처럼 꾸미는 단계가 아니라,
    너가 처음에 중요하다고 본 경험을 검증하는 단계에 가깝다.”
  • “지금 네가 말한 것처럼,
    점수 맞추려고 구조를 얹는 순간
    핵심이 흐려질 수 있다.”

요지는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네가 지금 스스로
‘PoC 본질과 일반적인 게임 구조를 뒤섞어버렸다’는 걸 인지한 상태라면,
오히려 방향을 다시 잡을 기회가 왔다.”


7. 정리: 이번 PoC가 나한테 남긴 것

이번 리어카 PoC를 돌아보면,
무언가 대단한 결론을 얻었다기보다
“내가 뭘 만들고 있었는지 다시 보게 된 계기 정도는 됐다”
라는 쪽이 더 현실적인 정리 같다.

  • 리어카에 광석이 쌓이는 걸 보고
  • 소유감이나 만족감을 느끼는지 확인하려는 PoC였고,
    그 핵심은 어느 정도 검증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중간부터는

  • 위험 지형,
  • 아슬아슬한 긴장감,
  • 고보상의 유혹,
  • 숙련감을 자극하는 도전,
    같은 구조들이 자연스럽게 붙기 시작했다.

이게 의도적이라기보다는
팀 피드백이나
“게임으로 만들어보라”는 요구나
내 스스로 재미를 발견하면서 생긴 흐름이라
어느 순간 두 축이 섞여 있었다.

  • 원래의 만족감 기반 루프
  • 새롭게 추가된 위험·보상 기반 루프

이 둘은 서로 완전히 다른 목표를 가진 실험이라기보다,
결국 하나의 흐름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시작한 구조에 가까웠고,
그 때문에 PoC의 본래 목적이 조금 흐려진 상태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그래서 지금 단계에서의 정리는 이 정도다:

  • 초기에 의도했던 핵심 경험(쌓임·소유감)은 이미 어느 정도 확인된 편이다.
  • 그 이후에 붙은 긴장감·위험·도전 구조는,
    PoC의 본질과는 약간 다른 차원의 재미를 만들었다.
  • 두 개가 한곳에 섞이면서
    내가 무엇을 증명하려 했는지 스스로도 애매해진 부분이 있다.
  • 다음에 PoC를 만들 때는
    이런 흐름이 섞이는 지점을 좀 더 의식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 같다.
    (확신이 있다기보다, 그렇게 해야 좋지 않을까… 정도.)

이번 흐름을 통해
“PoC와 게임 구조가 어떻게 섞이는지”를 직접 경험한 셈이고,
그 경험이 이후 설계에서는 어느 정도 기준점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있다.

    • 코치님 이야기를 들었던 시점 이후로는
      “이게 PoC로서 적절한 확장인지, 아니면 그냥 일반적인 게임 구조를 조립해버린 건지”
      그 부분을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한 방향이 생겼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엇이 어디서부터 섞였는지는 대략 보이기 시작했다는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의 정리는 이 정도다:

  • 초기에 의도했던 핵심 경험(쌓임·소유감)은 이미 어느 정도 확인된 편이다.
  • 그 이후에 붙은 긴장감·위험·도전 구조는,
    PoC의 본질과는 약간 다른 차원의 재미를 만들었다.
  • 두 개가 한곳에 섞이면서
    내가 무엇을 증명하려 했는지 스스로도 애매해진 부분이 있다.
  • 다음에 PoC를 만들 때는
    이런 흐름이 섞이는 지점을 좀 더 의식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 같다.
    (확신이 있다기보다, 그렇게 해야 좋지 않을까… 정도.)

이번 흐름을 통해
“PoC와 게임 구조가 어떻게 섞이는지”를 직접 경험한 셈이고,
그 경험이 이후 설계에서는 어느 정도 기준점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