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르뎀] PoC 실패 기록 — 오늘 내가 실제로 배운 것들

2025년 11월, 갑자기 영하 4도까지 내려간날, 나는 리어카 기반 PoC를 만들었다.
컨셉은 간단했다.
“광석을 캐고 → 리어카에 싣고 → 끌고 와서 → 파는 경험.”
이게 재밌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PoC는 목표인 몰입 4.75점을 넘기지 못했고,
팀 EPIC 후보에서도 탈락했다.
그리고 오늘 진행한 포스트모르뎀에서, 나는 처음으로 진짜 문제를 이해했다.

 

 

 

1. 왜 이걸 만들기 시작했는가?

처음에는 폐지 줍기 게임이었다.
하지만 폐지는 도파민이 약했다.
이왕 리어카를 쓸 거면, 더 얻는 맛이 있는 소재가 필요했다.
그때 예전에 만들었던 스타듀밸리식 PoC에서
“광석 캐는 경험이 제법 재밌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광석 → 수레 → 판매. 이건 기본적으로 재미있을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이미 착각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나는 루프 전체를 재미라고 믿었던 것이다.


2. 개발은 문제 없었지만, 재미는 그 초입에서 막혀 있었다

겉으로는 버그도 없고 잘 돌아갔다.
하지만 핵심 루프에 접근하기 전에 노이즈가 먼저 플레이어를 공격했다.

  • 리어카가 튄다
  • 물건이 밖으로 튀어나간다
  • 손잡이가 충돌한다
  • 플레이어가 끼거나 밀린다

 

이런 문제는 하나 하나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PoC에서는 **핵심 행동(리어카에 넣기)**에 도달하기도 전에 플레이어의 몰입을 끊는다.

이건 기획(과신), 개발(방치), QA(부재)이 동시에 만든 구조적 실패다.
“기능이 돌아간다”를 기준으로 삼았고,
“핵심 경험이 매끄럽게 전달되는가”를 검증하지 않았다.

그래서 재미가 없었던 게 아니라,
재미까지 가는 길 자체가 막혀 있었다.


3. PoC에 대한 근본적 오해가 있었다

오늘 가장 많이 때려 맞은 부분이다.

나는 PoC를 “작은 완성본”이라고 착각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 전체를, 축소해서 빠르게 보여주는 단계”
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20년차 인디 베테랑, 누적 판매량 1억 장 고인물 강현도씨(AI가 생성해준 가상의 인물)는 이렇게 말했다.

“PoC는 전체 루프가 아니라, 이 게임이 ‘왜 새로운가’를 원자 단위에서 증명하는 단계다.”

즉,

  • 광석 캐기
  • 이동
  • 판매
  • 업그레이드
  • 규칙
  • 경제 시스템

이 전부가 PoC 범위 바깥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진심을 담아도, PoC는 “핵심 감정 하나만” 증명해야 한다.


4. 내가 만들었어야 할 PoC는 사실 이것뿐이었다

리어카에 물건을 넣는 감정이 “좋은가 / 아닌가” 단 하나만 검증.

그러면 PoC는 이렇게 심플했어야 한다.

  • 넓은 빈 맵
  • 박스 몇 개
  • 리어카 하나
  • 리어카는 부드럽게 밀리고
  • 박스를 넣으면 “자동 정리·정착”이 명확하게 체감됨

여기에서 재미가 살아있다면,
그다음에 광석/ 이동/ 판매/ 경제/ 업그레이드를 붙이면 된다.

하지만 나는 루프 전체를 한 번에 보여주려다가
핵심 감정을 스스로 뭉개버렸다.


5. 팀의 다른 PoC는 왜 통과했는가?

우리 팀에는 또 다른 PoC가 있었다.
공을 쳐서 → 컬링처럼 미끄러지고 → 특정 타일에서 멈추면 스탯이 오르고 → 전투에서 반영되는
3단계 루프였다.

나는 코치님께서 왜 이걸 뭐라 안 했는지 의문이었다.

오늘 이해했다.

그 PoC는 단일 행동(공 치기)에서 이미 재미가 발생했다.

  • 공 치는 손맛
  • 충돌 타격감
  • 타일 위에 착지하는 쾌감

즉, “원자 재미가 살아 있었다.”

그래서 나머지는 그냥 확장일 뿐이었다.

반대로 나는
원자 재미를 검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확장 루프를 앞에 붙여버렸다.


6. 오늘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

핵심 정리는 이거다.

  1. 나는 PoC의 개념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2. 핵심 경험을 증명하지 않고 루프 전체를 구현했다.
  3. 노이즈가 핵심 감정을 덮어버렸는데도, 나는 “그게 게임이다"라고 착각했다.
  4. 그래서 핵심 재미가 ‘증명’되지 않았다.
  5. 그래서 실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픈 문장 하나:

나는 내 PoC의 ‘핵심 재미’가 정말 핵심인지조차 검증하지 않았다.


7. 앞으로 나는 이렇게 바꾼다

  • PoC = “핵심 감정 한 가지”만 검증
  • 루프 전체 구현 금지
  • 물리·경제·업그레이드·환경은 모두 제외
  • 박스 → 리어카 이 감정이
    플레이어에게 5점 몰입을 즉시 줄 수 있는지부터 테스트
  • 그게 성공하면 확장
  • 실패하면 즉시 버림

PoC는 “작은 게임”이 아니라
“핵심 경험의 실험”이다.
오늘에서야 처음 명확하게 이해했다.


8. 많이 배웠다.

이 포스트모르뎀 과정에서 왜인지 감정적으로 부끄러운 건 없었다.
오히려 냉정하게 딱 알게 되니까 더 낫다.
그리고 강현도 같은 가상의 베테랑을 불러서 “조지는 역할”을 시켜보니
내가 무엇을 오해했는지가 훨씬 명확해졌다.

이번 PoC는 실패했지만,
이 실패는 꽤나 값졌다.
이제 다음 PoC는 더 간결하고, 더 정확하고, 더 잘 만든다.